먹거리의 미래를 바꾸는 힘: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과 창의적인 금융 투자
지구와 환경, 그리고 우리 건강까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을 만들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최근 '식품 및 식품 시스템을 위한 혁신 투자(TIFS)' 글로벌 얼라이언스에서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그 정답은 바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똑똑한 투자'에 있다고 말합니다.
'자금과 움직임 동원: 식품 시스템 변혁을 위한 창조적 금융'이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돈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이제는 눈앞의 수익뿐만 아니라 농부와 현장 활동가, 그리고 지역 사회를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돈을 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진행해 온 '희망의 등대(Beacons of Hope)'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실제로 창의적인 투자 방식을 통해 우리 먹거리 현장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6개 글로벌 단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식량 미래를 위한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로렌 베이커(Lauren Baker) 부국장은 이 단체들을 두고 "건강하고 영양가 높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병든 흙을 살리며, 기후 변화까지 막아내는 투자가 실제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장에서 찾아낸 놀라운 변화의 사례들
실제로 멕시코의 '에듀스 쿠퍼 티바(Educe Cooperativa)'는 공정무역과 유기농 인증을 받은 꿀을 생산하는 양봉 협동조합입니다. 이들은 유기농 인증 제도를 발판 삼아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내고, 주변의 생물 다양성을 늘리는 동시에 양봉가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덴마크 코펜하겐시의 도전입니다. 코펜하겐시는 시에서 운영하는 모든 공공 주방과 학교 급식 식자재의 90%를 유기농 제품으로 채우겠다는 약속을 내걸었습니다. 이 덕분에 공공 기관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질이 훨씬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목표로 했던 환경 보호와 사회적 가치까지 한 번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돈의 흐름이 바뀌어야 흙과 농부도 함께 산다
TIFS의 렉스 레이몬드(Rex Raimond) 국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 안에서도 아주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기업과 정부, 시민단체들이 파리 기후협약이나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 맞춰,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경영 결과와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레이몬드 국장은 이러한 금융권의 변화를 크게 반기면서도, "돈을 굴리는 금융 리더들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짚어냅니다. 단순히 이름값 있는 대기업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농촌 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체적인 시스템 접근법'을 써야만 기후 위기 속에서도 먹거리 체계가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게 버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성 농부들의 삶을 바꾼 태국의 '펀펀 자립 센터'
보고서에 소개된 태국의 '펀펀(Pun Pun) 자립 센터'는 이러한 시스템 접근법을 아주 잘 보여주는 농장이자 교육 기관입니다.
펀펀 센터는 그동안 일반 시장에서 완전히 무시되곤 했던 농부의 노동 시간, 농장 관리비, Transport(운송비) 같은 실제 비용들을 정당하게 계산해서 농산물 가격에 반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펀펀에서 일하는 농부의 대부분은 여성들인데요.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면서 이들은 단일 작물만 찍어내듯 키우는 대신 다양한 작물을 바꿔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땅의 건강이 살아난 것은 물론, 여성 농부들의 개인 저축액도 크게 늘어나는 기분 좋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5가지 투자 방식과 4가지 지렛대
보고서에서는 현장에서 실제 효과가 검증된 자금 조달 모델들을 다각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재정적 투자 수익을 챙기면서도 사회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남기는 '사회적 투자 동원'이나, 모든 구성원이 투자 수익을 공정하게 나누며 직접 정책 결정까지 참여하는 '공유 소유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 보유한 자원을 알뜰하게 활용해 스스로 선순환하는 '자립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접근법 역시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또한 자금이 꼭 필요한 곳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4가지 변화의 지렛대'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기부 기관들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알려주는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해주는 셈입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농부와 그들이 일구는 땅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결 고리를 인정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단순히 농산물 생산량만 늘리는 투자가 아니라, 땅의 힘을 되살리는 '친환경 생태 농법'을 직접 지원해 달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건강한 먹거리가 제대로 유통될 수 있도록 가공 시설을 늘리고, 공공 조달 제도를 친환경 중심으로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아프리카 농업 생태 기업가정신 & 영토 시장 회의' 현장에서도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회의를 주최한 아프리카 식량 안보 동맹(AFSA)은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전 세계의 시민사회와 정부, 연구자, 투자자들이 뜻을 모아 이러한 창의적인 자금 조달 전략을 하루빨리 현장에 적용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생각타임 : "농부의 순수한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유기농, 이제는 글로벌 자본이 답해야 할 때"
미래 세대와 지구 환경까지 살리는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솔직히 정부나 전 세계 투자 기관의 든든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장에서 직접 흙을 만지는 농부님들의 친환경적인 소신과 사명감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농부의 뜻이 깊다고 해도, 당장 농사를 지을 자금이 부족하고 유통 판로가 막혀 있다면 친환경 농법은 그저 '농부 한 사람의 무거운 희생'으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펜하겐시처럼 지자체가 앞장서서 유기농 식자재를 사주거나, 태국 펀펀 센터처럼 농부의 땀방울을 정당하게 계산해 주는 자본이 결합할 때 비로소 땅도 살고 농부의 살림살이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이제 친환경 농업은 단순히 "착하게 농사짓자"는 도덕적 호소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금융가와 투자자들이 ESG라는 이름표만 붙일 게 아니라, 현장의 농부들이 신용과 자금난에 시달리지 않도록 진짜 도움이 되는 '창의적인 투자'로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기점으로 전 세계의 자금이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친환경 농업 현장으로 팍팍 흘러 들어가기를, 그리고 오직 건강한 먹거리만 고민하는 농부님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마음 깊이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