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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사이언스 아카이브

한 잔의 술에 담긴 지구: 친환경 혁신을 이끄는 세계 27개 양조장 이야기

by BrillantJ 2026.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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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 한 병에 담긴 탄소의 무게: 주류 산업이 시작한 친환경 혁신 27선

우리가 즐겁게 기울이는 술 한 잔이 지구 환경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음료 산업 환경 원탁회의(BI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750ml 용량의 양주 한 병이 생산되어 소비되기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는 무려 2.75kg에 달합니다. 이는 차 한 대가 휘발유 약 1.2리터(3분의 1갤런)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한 잔의 음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고, 환경 의식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요구함에 따라 글로벌 주류 산업의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GlobalData의 최근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34%가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으로 공급된 재료로 만든 음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 세계의 양조장과 와이너리, 증류소들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지구와 지역사회를 살리는 4가지 핵심 친환경 혁신 테마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푸른 유기농 포도밭을 배경으로 오크통 위에 올려진 코르크 마개의 와인 병 2병
친환경 유기농 포도밭과 오크통 위 와인 병

1. 흙과 생태계를 살리는 '청정·유기농 원료'의 재발견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술의 바탕이 되는 '원료의 재배'에서 출발합니다. 인공 비료나 제초제, 화학 농약을 내려놓고 토양 고유의 생명력을 살리는 유기농 및 재생 농법이 주류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선 아가베와 포도 같은 대표적인 주류 원료 재배지에서 선구적인 시도가 돋보입니다. 멕시코의 코파스(Copas)는 농약과 살균제 없이 화산 용암 지대 토양에서 유기농 아가베를 경작해 화학 물질 없는 청정 데킬라를 생산하고 있으며, 덜스 비다 테킬라(Dulce Vida Tequila) 역시 제초제와 살충제, GMO를 완전 배제한 아가베만을 고집합니다. 메스칼을 만드는 솜브라(Sombra)는 손으로 수확한 유기농 아가베를 지속 가능한 참나무 농장의 나무로 훈제하는 전통 방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와인 분야에서는 미국의 드라이 팜 와인(Dry Farm Wines)스페인의 레멜루리(Remelluri)가 화학제품을 철저히 배제하고 토양 고유의 힘으로 자란 유기농 포도만을 사용하여 자연주의 와인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곡물 및 과실주 브랜드들 역시 토양 회복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코센코르바 보드카(Koskenkorva Vodka)는 세계 최초로 토양의 탄소 포집 능력을 높이는 '재생 재배(Regenerative Agriculture)' 보리를 도입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일의 노이마르크터 람스브뢰(Neumarkter Lammsbräu)는 30년 넘게 화학 살충제 없는 곡물만 조달하는 생태학적 순수법을 엄격히 지켜오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보르디가(Bordiga)는 합성 비료가 닿지 않은 청정 자연에서 야생 약초를 손으로 직접 수확해 풍미를 더합니다.

 

원료의 순수성을 극대화한 이색적인 시도들도 눈에 띕니다. 니카라과의 플로르 데 카냐(Flor de Caña)는 인공 재료나 설탕 없이 30년 이상 버번 통에서 자연 숙성된 순수한 럼을 선보이며, 베트남 사이다(Saigon Cider)는 북부 고원지대의 유기농 사과 100% 천연 주스로 감미료 없는 사이다를 개척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야마토가와 양조장(Yamatogawa Brewery)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재배한 유기농 쌀을 사용해 9대에 걸쳐 장인 정신과 친환경 가치를 동시에 이어가고 있습니다.

 

2. 버려지는 자원의 재탄생과 '지역 순환 경제' 구축

원료를 먼 곳에서 수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버리는 대신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 모델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원료의 유통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여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시도들이 눈에 띕니다. 캐나다의 어니스트 사이다(Ernest Cider)는 온타리오 지역 농가로부터 사과와 꿀, 과일을 직접 공급받아 수송 탄소를 절감하고 있으며, 미국 건국의 정령(Founding Spirits)은 현지 가족 농부들이 직접 주주로 참여해 보드카와 버번 등을 생산하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합니다. 인도의 나아라 아바(Naara Aaba)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지역의 현지 유기농 키위로 인도 최초의 키위 와인을 만들었고, 투잇 브루펍(Toit Brewpub) 역시 잭프루트나 망고 같은 제철 현지 과일을 수급해 독창적인 수제 맥주를 빚어냅니다. 케냐의 프로세라(Procera)는 증류소에서 불과 70km 거리에 있는 아프리카 향나무 열매만으로 진을 제조하여 푸드 마일리지를 혁신적으로 줄였습니다.

 

이와 함께 부산물과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지혜도 돋보입니다. 브라질의 노보 포고(Novo Fogo)는 전통적인 사탕수수 가공 방식을 개선하여 폐기물 발생을 '제로(0)'로 만드는 카차사를 생산하며, 미국의 인만 패밀리 와인(Inman Family Wines)은 음식물 쓰레기와 유기농 비료로 우려낸 퇴비차(Compost Tea)를 포도밭에 뿌려 자원 순환을 실현합니다. 영국의 아피아리스트(The Apiarist)는 지역 생물다양성을 위해 벌숲을 조성하고 여기서 나온 잉여 꿀로 친환경 영혼(Spirits)을 조향하는 아름다운 순환 구조를 보여줍니다.

 

3.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자원 절감' 양조 기법

술을 제조하고 병에 담는 제조 프로세스 자체를 혁신하여, 에너지 소비와 수자원 낭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기술적 노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를 도입하고 부산물을 재활용하여 탄소 발자국을 줄인 사례들이 대표적입니다. 벨기에의 브루나우 맥주(Brunhaut Brewery)는 옥상에 설치된 350개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되는 재생 에너지로 수제 맥주를 생산하며, 영국의 시핑스미스(Sipsmith) 역시 사업장 전체의 에너지원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물 소비를 줄여 환경 풋프린트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부서진 보드카(Broken Shed Vodka)는 풀을 먹여 키운 소의 유청 단백질 부산물을 재활용해 3배 증류하는 독창적인 친환경 공정을 구축했습니다.

 

한편 물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대규모 친환경 공급망 관리에서도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됩니다. 미국의 페처 포도밭(Fetzer Vineyards)은 첨단 센서로 토양과 포도나무의 수분 상태를 실시간 감시해 불필요한 용수 낭비를 철저히 방지합니다. 몰슨 쿠어스(Molson Coors)는 보리 재배 용수를 11% 줄이고 자체 탄소 배출량을 24% 감축함과 동시에 포장재의 99% 이상을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음료 기업인 빔 산토리(Beam Suntory)는 넷제로(Net Zero) 배출 달성을 넘어 유역 수자원 100% 보충, 벌목량 이상의 나무 심기 캠페인 등 체계적인 친환경 공급망 관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4. 글로벌 인증과 지속 가능한 '환경 지배구조(ESG)'

환경 보호를 일회성 프로젝트나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영속적인 경영 철학과 지배구조로 뿌리내린 선구적인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루반지 와인(Lubanzi Wines)은 엄격한 무결성 및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은 농장하고만 파트너십을 맺어 공정무역과 친환경 포도 재배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시밍턴 패밀리 에스테이트(Symington Family Estates)는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B Corp 인증을 획득하여, 탄소 배출 제로, 생물다양성 보호,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법(Viticulture)을 기업의 핵심 지표로 공식화하고 체계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기: "당신이 기울이는 한 잔이 세상을 바꿉니다"

양주 한 병을 만드는 데 휘발유 1.2리터 분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은 평소 무심코 술을 즐기던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막대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나니, 시중의 다양한 제품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멕시코의 화산재 토양에서 유기농 아가베를 일구는 농부부터, 옥상 태양광으로 맥주를 빚는 벨기에의 양조장, 그리고 유청 단백질이나 잉여 꿀을 재사용하는 혁신가들의 사례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용 '친환경 흉내(그린워싱)'가 아니라, 토양과 수자원,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기 때문입니다.

 

솜브라 메즈칼의 설립자 리차드 벳츠의 말처럼,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때 얻는 이점은 단순한 재무적 이익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결국 전 세계 34%의 윤리적 소비자가 그러하듯, 우리 개개인이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응원할 때 주류 산업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지구와 농가,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착한 술 한 잔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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