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당신의 땅": 레바논의 위기를 지키는 풀뿌리 식량 안보 이니셔티브 '아르디 아닥'
아랍어로 '내 땅, 당신의 땅'을 뜻하는 '아르디 아닥(Ardi Ardak)'은 2019년 수입 식량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레바논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버려진 경작지를 복구하기 위해 출범한 풀뿌리 국가 식량 안보 이니셔티브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AUB)를 비롯하여 레바논 여성 기업 연맹(LLWB), 식품 유산 재단, 그리고 문화 공간 지코 하우스(Zico House)의 뜻깊은 협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르디 아닥의 설립 조정자인 니콜라스 골람(Nicolas Gholam)은 이 이니셔티브가 악화되는 사회경제적 상황 속에서 현지 농업 생산과 시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시골 지역의 소규모 생산자들과 협력하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생태 농업적 접근 방식을 실천하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1. 벼랑 끝에 선 레바논의 식량 안보와 '아르디 아닥'의 등장
아르디 아닥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레바논을 덮친 비극적인 정치·경제적 복합 위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정부의 부패와 긴축 정책에 맞선 대규모 혁명 시위가 촉발되기 전부터 레바논 경제는 심각한 침체기에 빠져 있었으며,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1%에 달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치고 2021년 상반기 인플레이션율이 131%까지 치솟으면서 빈곤층과 중산층의 삶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의 조사에 따르면 구매력 상실로 인해 레바논 가구의 40%가 기본적인 식량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결정타는 2020년에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의 대폭발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로 레바논의 핵심 곡물 저장고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항구에 보관되어 있던 밀과 콩을 포함한 12만 미터톤의 비축 식량이 손상되면서 식료품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정부의 낮은 관심으로 농식품 분야에 대한 공공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가치사슬이 부실해진 상황에서, 아르디 아닥은 방치된 토지를 살리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습니다. 레바논 인구의 89%가 도시에 거주하는 반면 국토의 64%가 농경지라는 점에 착안하여, 도시로 떠난 대지주와 시골에 남아있는 소규모 농가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아르디 아닥은 버려진 토지의 농업 생존 가능성을 정밀하게 평가한 뒤, 경작을 원하는 농부들에게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에 대한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출범 첫해에만 180건이 넘는 토지 평가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2. 생산에만 집중하는 환경 조성: 유통 한계를 극복하는 통합 지원 체계
소규모 농가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단지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인프라와 시장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니콜라스 골람은 모든 소규모 농부가 유능한 기업가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생산자가 유통과 마케팅의 부담에서 벗어나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르디 아닥의 주요 목표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농촌 생산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이틀 반을 직접 배달이나 판매 활동에 소비하고 있으며, 이 귀중한 시간은 원래 농장에서 작물을 관리하고 품질을 테스트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디 아닥은 인도주의 단체 및 민간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소규모 농가들의 가치사슬 전반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와 제휴하여 설립한 월간 농업 시장인 '소울랄 수크(Souk el Tayeb/Souk)'를 통해 도시 주민과 농촌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고 전통 음식의 유통을 촉진합니다. 또한 농촌 관광을 연계한 음식 길(Food Trail)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소규모 생산자들을 홍보하는 동시에, 전문 유통 기업인 '푸드 앤 루츠(Food and Roots)'와 협력하여 농촌의 전통 제품과 혁신 생산품을 모아 포장 및 판매까지 전담합니다. 나아가 아르디 아닥은 베카 계곡에서 넓은 토지를 활용한 임농업(Agroforestry) 모델을 구현하여 주민들이 숲을 유지하면서 농사를 짓도록 돕고 있으며, 트리폴리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이용하고 농업 시장 섹션을 포함하는 도시 정원 건설을 추진하는 등 지속 가능한 지역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기: 흙에서 찾는 자주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풀뿌리의 힘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고 외부 충격으로 식량망이 파괴되었을 때, 사회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것은 결국 흙을 일구는 풀뿌리 민중의 연대입니다. 레바논의 아르디 아닥 사례는 정부의 지원이나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된 극한의 상황 속에서, 방치된 국토와 소규모 농가를 재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버려진 땅을 다시 밭으로 일구고, 생산자가 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농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유기적인 연대는 단순히 한 끼의 식량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생태적·경제적 자주권의 회복입니다. 도심의 소비자들과 시골의 농부들이 서로 연결되어 전통의 식문화를 지키고 토양을 보존하는 과정은 기후 위기와 경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위기일수록 땅의 가치로 돌아가 풀뿌리 생태계를 단단히 구축해야만, 그 어떤 거센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미래 식량 안보의 기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